DB 없이 CRM이 불가능한 이유
놀랍게도 고성장 기업 중에는 고객 데이터가 분산돼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판매 채널이 다양한 제조/유통 기업들이 대표적인데요, 이 글에서는 CRM과 DB의 밀접한 관계를 설명드리겠습니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로 500억 매출까지
고객사는 주방 가전 브랜드 운영사입니다. 주요 판매 채널은 네이버로, 키워드 검색에 의한 판매가 대부분이었죠. 예를 들어 네이버에 “전자레인지"를 검색하면 고객사 제품이 주로 노출되고, 이 노출이 고객사 매출의 대부분을 견인하고 있었습니다. 이외에 쿠팡이나 여타 오픈마켓 등 수십 개 채널에서도 판매가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놀랍게도 고객사 연간 매출액은 무려 500억 원에 달했는데, 그만큼 제품 선정이 탁월하고, 소비자 만족도가 높았다는 뜻이죠.
반면 다빈치가 처음 고객사 데이터를 분석했을 때, 고객 관리 측면에서는 개선점이 많아보였습니다. 누적 고객의 숫자나 재구매율, 객단가 등 분석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었습니다.
이는 나쁘게만 볼 문제는 아닙니다. 고객을 깊이 분석하고도 제품 자체의 매력도가 낮아 성장하지 못하는 회사가 훨씬 많기 때문입니다. 기본 사업이 튼튼하지 않은 상태에서 CRM을 고도화하는 것은 수요 없는 공급일 수 있다는 뜻이죠.
반면 고객사는 적절한 가격대와 높은 품질을 바탕으로, 키워드 마케팅만으로도 매출액이 수백억 원에 이르렀고, 고객들로부터 품질에 대한 불만 신고가 많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기본이 튼튼하다 보니, 고객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아는 것의 잠재 가치가 매우 높은 상황이었습니다. 가령 구매자의 지불 용의(Willingness to pay; 줄여서 WTP)를 상세히 파악해 제품 가격을 1~2만 원 올리거나, 고객의 재구매 시점을 노려 푸시 알림을 보내거나, 여러 제품을 묶어 교차 판매(Cross-selling)를 유도함으로써 회사의 생산성과 수익성을 크게 높일 수 있었지요.
다빈치의 진단
고객사가 다빈치에 의뢰한 것은 ‘이게 가능하겠느냐’는 것이었습니다. 경영진의 이니셔티브에도 불구하고, 내부 임직원들은 고객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얼핏 생각하면 크게 어려워보이지 않는 작업인데 말이지요.
“고객 데이터를 쭉 뽑아서, 고객 전화번호/이름을 구분자로 삼아 고객의 구매 횟수를 세면 되지 않겠느냐"라고 질문하기 쉬운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단순한 작업도 불가능한 상황이었습니다. 다빈치 팀이 내부 인터뷰 및 기술 인프라 진단을 마쳤을 때는 문제가 명확해졌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데이터 자체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네이버를 비롯한 수십 개 채널에서 매일 수천 건의 판매가 일어나고 있는데, 이 때 고객 번호, 주소, 이름, 판매 제품, 판매 채널, 가격 등 정보가 ‘고객사의 자체 DB’에 누적되지 않고 있었다는 뜻입니다. 고객사는 자체 DB를 보유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이제까지 가장 많이 구매한 고객이 누구인가요?”라는 질문에 즉시 답할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굳이 찾아보려면 네이버를 비롯한 수십 개 판매 채널에 일일이 로그인해서, 과거 판매 데이터를 엑셀로 다운로드하고, 하나의 파일로 합치고, 피봇 테이블을 만드는 작업을 해야 합니다.
다빈치가 실무진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에 따르면 모든 채널에 일일이 들어가는 작업은 꼬박 나흘이 걸렸습니다. 여기에 자료 수합, 피봇 테이블 제작 등 후가공 작업까지 합치면, 간단한 고객 데이터를 보는 데에 수일이 걸린다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해결책
해결책은 꽤 단순했습니다. 실행은 어렵지만 할 일은 명확했다는 뜻이죠.
첫째는 그간의 판매 데이터를 모두 추출하여 모아두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귀찮더라도 각 쇼핑몰에 접속해 과거 판매 데이터를 다운로드해야 하는데, 웹 스크래퍼를 만들고 실행하면 하루 안에 마칠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둘째는 향후 판매가 발생할 때마다 데이터베이스에 자료를 더해주는 것인데, 이는 더 간단하게 처리할 수 있었습니다. 고객사가 운송장 발급 목적으로 그날 그날 판매 데이터를 엑셀에 관리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다빈치는 해당 엑셀을 업로드하면 자동으로 데이터베이스에 판매 데이터가 입력되는 간단한 백오피스 툴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요약하자면 ‘자체 DB를 구축한다'는 것입니다. 고객에 관한 정보가 외부 다양한 채널에 흩어져 있는 게 아니라, 고객사가 능동적으로 관리하는 DB가 새로 생긴 것입니다.
이제 “가장 많이 구매한 고객은?”이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수일이 걸리지 않게 되었습니다. 다빈치가 고객사 데이터베이스와 연동해둔 분석 도구에 접속해 아래 구문을 입력하면 1초 안에 결과가 산출됩니다.
SELECT * FROM USERS ORDER BY purchase_count DESC LIMIT 1;
사실 위의 쿼리문조차 필요 없습니다. 자주 사용하는 데이터(가장 많이 산 고객을 자주 필요로 하진 않겠지만)는 태블로 또는 그라파나를 이용해 별도 차트로 만들어둘 수 있기 때문입니다.
(출처: 태블로)
나아가
이제 고객사는 특정한 구매 패턴을 보이는 고객을 ‘특정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어떤 고객에게는 재구매 감사 프로모션을 실시할 수도 있고, 홍보가 덜 된 지역에 온/오프라인 광고를 집행할 수도 있습니다.
요지는 이것입니다. “CRM을 해야 한다면, DB부터 내재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