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쏘카 지두현 CTO 인터뷰 1/2] "지속 가능한 코드로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어야 합니다."

네이버와 라이엇게임즈를 거쳐 쏘카 CTO를 역임하고, 현재 현대 오토에버 SW개발센터장을 맡고 계신 지두현 님을 만났습니다. 20년 넘게 개발자로 일해 오신 경험과 생각을 다빈치와 함께 들어보세요.
최혜원's avatar
Jul 12, 2024
[前 쏘카 지두현 CTO 인터뷰 1/2] "지속 가능한 코드로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어야 합니다."

다빈치는 지난 6월 쏘카 외주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습니다. 감사하게도 프로젝트를 계기로, 쏘카 CTO 역임 후 현재는 현대오토에버 SW개발센터장으로 계신 지두현 CTO님을 만나 여러 생각을 듣는 인터뷰 자리를 가질 수 있었는데요. 지두현 님은 네이버, 라이엇게임즈, 쏘카를 거치며 20년 넘게 개발자로 일하셨습니다. 다빈치와 나눈 일상과 개발, 리더십 등에 관한 얘기를 읽어보세요.

Q. CTO님의 하루 일과가 궁금합니다.

출근 전, 퇴근 후에 어떤 활동을 하며 시간을 보내시나요? CTO님만의 특별한 루틴이 있으신가요?

보통 직장인이랑 크게 다르지 않아요. 6시 30분쯤 일어나서 짧게 손체조를 합니다. 슬슬 안 움직이면 삐그덕 하는 나이라서요. 아침 먹고 출근하면서 책을 읽죠. 책을 읽기 위해 운전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편이에요. 사무실 와서는 회의로 하루를 거의 다 보내죠. 직접 코드에 손대지 않은 지는 4년쯤 된 것 같네요. 일주일에 이틀 정도는 퇴근 후 회식이 있습니다. 사람들과 자연스레 알아가고 어울리는 시간으로 생각하고 참석해요. 퇴근길에는 취미 관련 유튜브를 봅니다.

주말은 어떤가요?

평일이 이렇다 보니 주말을 소중히 활용해요. 평일에는 독서를 짬짬이 하는 정도 밖에 안 되니, 웬만하면 책을 많이 읽으려 합니다. 글도 쓰고요. 최근 1~2년 새 행동경제학 관련 책을 많이 읽었어요. 더 최근에는 자연스럽게 조직 매니지먼트 관련 서적을 많이 읽게 되네요. 책은 되도록 원서로 읽고 있습니다.

Q. ‘개발자가 돼야겠다’라고 생각하신 때 꿈꾸던 모습을 향해 가고 있으신가요?

처음 개발자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하신 때는 언제인가요? 그때 꿈꾸던 백발의 개발자와 지금의 모습은 가까우신가요?

터미네이터2를 보고 ‘아, 저런 걸 만들어야겠다’라는 생각에 꽂혔어요. 그때 개발자가 되자 결심했죠. 그래서 처음 개발자로 일할 때 자연스레 ‘제품을 만들자’라고 생각했어요. 생각대로 소프트웨어 제품을 하나 만들었는데, 사업할만한 수준까지는 만들었어요. 해당 제품을 기반으로 SI를 했습니다. 당시 비슷한 제품을 솔루션 단계까지 제대로 완성한 다른 회사들도 있었어요. 저도 이 제품의 완성도를 끌어 올리려고 8년을 고군분투했습니다.

좋은 제품 뒤에는 늘 탄탄한 개발 조직이 뒷받침되어야 해요. 그런데 제대로 된 개발 조직을 만들기가 어려웠어요. 회사와 이 문제를 보는 관점이 맞지 않아 3년간 실랑이 했습니다. 그때 개발도 하고 영업도 하고 접대도 하고, 정말 많은 일을 했어요. 하지만 결국 제대로 된 개발 조직이 없으니 ‘이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으로 이어졌습니다. 이후 네이버로 이직하게 됐죠.

네이버 입사 후 1년 반 정도 후에 팀장으로 웹툰 쪽 서비스 조직을 맡게 되었어요. 이 때 제대로 된 고객 지향적 제품을 만드는 조직을 일구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돌아보면 조금 욕심이 지나쳤던 것 같아요. 당시 회사는 CIC(사내독립기업)를 처음 시도하는 성장 초기 단계라 매출 지향적 제품을 추구했어요. 그 방향으로 나아가 실제로 성공했고요. 제 포부와 회사 전반 시스템 간 결이 맞지 않았던 거죠. 그때 방황했습니다. 그러다 라이엇게임즈에서 일하게 되었는데요, 비로소 고객 지향적인 개발을 할 수 있었어요. 좋은 동료들도 만났습니다. 꿈을 많이 키웠죠. 그 당시 동료들과 만든 서비스를 글로벌로 런칭해 보고 싶었고, 그 조직을 한국에 꾸리고 싶었어요. 한국에도 이런 개발 조직이 있다고 세상에 알리고 싶었어요. 본사 개발 헤드에게 스폰서십을 받으려고 미국까지 정말 많이 왔다 갔다 하던 시기였는데요, 최종적으로 로컬의 장벽을 넘기 쉽지 않았습니다.

쏘카에 있는 지금, 쏘카 개발 조직은 제가 헤매며 생각했던 조직에 가깝다고 느껴요. 여기서 꽤 괜찮은 개발 조직을 만들고 있고, 또 어느 정도 만들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 질문지를 미리 받아보고 옛날에 썼던 블로그 글을 들춰 봤어요. 처음 개발자가 됐을 때랑 생각이 크게 바뀌진 않았다고 느꼈습니다. 그 당시에도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 봤거든요. 좋은 결과물, 성취, 만족감은 사람을 통해 이루는 거라고 늘 생각했어요. 지금도 ‘사람’을 가장 최우선으로 놓고 있어요. 종종 하는 얘기가 있습니다. “쏘카는 성장하는 기업이고 더 성장해야 한다. 그러려면 구성원들이 그에 맞춰 성장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성장을 구성원들이 스스로 느낄 수 있어야 하고, 그래야 그 성장이 회사에 다시 돌아오는 선순환이 이뤄진다.” 이 생각으로 조직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SI를 다닐 때부터 했던 목표를 이루고 있어요.

Q. 터미네이터2를 봤던 시절로 돌아간다면 어떤 것을 공부하고 싶으신가요?

달리 말해, 지금 젊은 개발자들에게 어떤 분야를 눈여겨보라고 추천하시나요?

예전부터 늘 어떻게 하면 코드를 잘 짤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제품의 가장 밑바탕은 결국 코드라고 보거든요. 달라진 게 있다면, 예전에는 어떻게 하면 깔끔한 코드를 짤 수 있을까 고민했다면, 지금은 ‘지속 가능한 코드는 뭘까’라는 고민을 많이 합니다. 쏘카에서 코딩 테스트를 볼 때도 같아요. 문제를 맞혔는지로 합격을 가르지 않습니다. 코드에서 지속 가능성이 보이는지를 더 중요하게 봐요. 조금 다르지만 클린 코드라는 말도 많이들 사용하지요. 클린 코드의 핵심 가치도 지속 가능성이라 봐요.

꾸준한 공부가 중요한 이유도 결국 거기에 있어요. ‘코드와 테스트를 어떻게 짜는 게 지속 가능할까?’를 고민해야 합니다. 아시겠지만, 한 번 배포하면 물리기 어렵잖아요. 그 상태로 계속 발전시켜야 하죠. 지속 가능성의 관점에서 코드 구조와 아키텍처를 공부하고 고민해야 잘할 수 있어요.

지속 가능한 코드에 대해 해답을 찾으신 게 있으신가요?

언젠가 해답을 찾을 순 있을 것 같은데, 아직은 찾지 못했어요. 개발을 시작할 땐 C++을 사용하다 자바로 바뀌었는데요, 그 와중에 우리나라가 자바 공화국이 되었죠. TypeScript도 써봤어요. 언어나 프레임워크는 계속 나오고 발전하지요. 여기에 정답은 없다고 봐요. 오히려 정답이라는 건, 이런 변화 속에서도 ‘지속 가능한 코드를 만들자’라고 꾸준히 고민하고 찾아가는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지금처럼 AI가 코드를 짜주는 시대에는 개발하는 사람의 마음가짐이 더 중요하지요. 점점 더 중요해질 거고요. 천편일률적으로 이 경우에 어떤 디자인 패턴을 적용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고객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고민하고, 고민의 결과를 코드에 투영하는 게 ‘지속 가능한 코드 작성’이에요. 납기와 품질 사이의 타협점을 정의하는 것도 이런 고민과 자세의 일환이라 볼 수 있어요.

Q. 20년 넘게 글을 써 오신 꾸준함의 비결이 무엇인가요?

네이버 블로그까지 합치면 글을 쓰신 지가 20년이 지났네요. CTO님께 글쓰기의 의미나 매력도 궁금합니다.

특별한 비결이 있는 건 아니고요. 생각을 돌아보고 정리하는 도구로 글을 쓰고 있어요. 특히 개발자라면 반드시 글을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글쓰기도 어떻게 보면 일종의 코드 작성이에요. 반대로 코드 작성 역시 일종의 글쓰기고요. 글쓰기를 일목요연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자연스럽게 코드에도 능력이 투영돼요. 작은 일상사라도 글을 쓰다 보면 ‘잘 읽히려면 어떻게 써야 할까?’를 고민하게 됩니다. 그러면 ‘잘 읽히는 코드는 어떤 코드일까?’가 자연스레 뒤따르지요. 글을 쓸 때 단락 구분이나 글 배치를 고민하잖아요. 코드를 작성할 때 하는 고민과 닮았죠. 그래서 주니어 개발자들에게는 글을 꼭 써보라고 추천해요.

요즘에는 취업에 도움이 되니까 이력서에 개인 블로그를 많이 추가하시더라고요. 그런데 들어갔을 때 알고리즘 문제 풀이 같은 글로만 채워져 있으면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들어요. 그보다는 개인의 생각을 담은 글을 썼으면 합니다. 링크드인 같은 SNS에 자기가 쓴 글 중 다른 사람들이 널리 읽어줬으면 하는 글을 적극적으로 공유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네요.

Q. 분야를 막론하고, 이건 꼭 읽으라고 추천하실 책이 있나요?

<드라이브>(다니엘 핑크)는 꼭 한 번씩 읽어봤으면 좋겠습니다. 요즘 시대의 기성세대에게 특히 추천해요. MZ세대를 이해하고, 오해를 푸는 데 도움이 되거든요. 사람은 무엇에 의해 동기부여 되는가를 알려주는 책입니다.

10년 전쯤 해외 컨퍼런스에서 조직 세션에 참여했었어요. 연사가 “<드라이브> 읽어본 분 손 들어보라”라고 하니, 그 자리에 있는 사람 중 80%가 손을 들어서 놀랐습니다. 저는 처음 듣는 책이었거든요. 도대체 무슨 책인가 해서 읽어봤는데, 너무 재밌었어요. 그 책을 계기로 동기부여나 행동심리학 책을 더 열심히 보게 되었습니다. 가치와 의미를 중시하는 MZ 세대를 이해하고 싶다면 <드라이브>를 꼭 읽어봐야 해요.

MZ 세대 얘기를 많이 하시네요. 관련해서 느끼신 바가 궁금합니다.

요즘 세대를 보며 ‘워라밸을 지나치게 많이 챙긴다’는 표면적인 의견에 그치지 않고, ‘왜 그들이 워라밸을 챙길까?’를 고민해야 합니다. 기성세대가 살아온 시대는 일이 중심이 되는 시대였어요. 지금은 다르죠. 성장 배경부터 달라요. 그렇다고 그들이 일하기 싫어하는 게 아니에요. ‘하고 싶은 일을 열심히 하고 싶은 것’이죠. 하기 싫은 일을 들이밀면 저도 하기 싫거든요. ‘요즘 세대’도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할 때는 밤을 새워서, 주말에도 합니다. 우리가 과연 그분들이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일을 제시하고 있는지 고민해야 해요. 일을 시킨다기보다, 일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죠.

워라밸이라는 단어가 등장하면서 동기부여라는 단어도 같이 사용량이 늘어났어요. 일에 대한 관점이 바뀐 자연스러운 결과죠. 그때쯤 Simon Sinek의 <Start with why(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도 유행했어요. 이 책도 추천합니다.

제품을 개발할 때 고객 지향적으로 접근할 것과 지속 가능성을 최우선으로 둘 것 등 다빈치에게도 깊이 와닿는 조언이었습니다. 이어지는 인터뷰 후편에서는 리더십에 대한 지두현 CTO님의 생각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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