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을 외부에 맡겨야 하는 이유 (feat. 피터 드러커)

피터 드러커는 1989년 월스트리트저널에 "Sell the Mailroom"이라는 글을 기고했습니다. 이 글은 2005년에 재발행되었지요. 이 글을 해석하면서, 대부분의 기업이 개발을 외부에 맡겨야 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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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 13, 2024
개발을 외부에 맡겨야 하는 이유 (feat. 피터 드러커)

Sell the Mailroom

피터 드러커는 Sell the Mailroom이라는 기고문에서 기업, 병원, 학교, 정부 업무의 많은 부분이 점점 외주 업체(outside contractor)에게 넘어갈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그가 예측한 분야는 사무(clerical), 유지보수(maintenance), 지원(support) 업무였습니다. 이를 보조 업무(In-house service and support)라고 통칭하겠습니다.

그는 외주 맡길 만한 업무와, 직접 수행할 만한 업무가 딱 잘라 나뉘어 있다고 보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전까지 직접 수행하던 업무가 점점 외주화 되어간다고 했지요. 예를 들어 병원에서 환자 급식은 원래 병원이 직접 만들었지만, 이제 미국, 유럽, 일본 병원들은 급식 제조를 외부 업체에게 위탁하고 있다는 겁니다.

드러커에 따르면 생산성 증진이라는 선택압을 받는 모든 조직에게 외주화 과정은 ‘필연’입니다. 왜일까요?

그는 사내 보조 업무는 독점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조직 내에 유일하게 있는 부서로서, 소위 ‘배째라’가 가능하다는 것이죠. 이게 가능한 이유는 보조 업무가 기업의 수익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혹은 훼손하는지 측정하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보조 업무 부서가 일을 못한다는 비판을 받으면, 그 부서는 사람을 더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면 외부 업체는 품질을 개선하고 비용을 절감하지 않으면 경쟁 업체에게 언제든 밀릴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더구나 보조 업무 부서에서 고위 경영진이 나오기는 쉽지 않습니다. 차세대 CEO가 나올 가능성은 거의 전무하지요. 따라서 야심차고 유능한 인재들은 지원 업무에 뛰어들지 않거나, 뛰어들더라도 곧 빠져나간다는 게 피터 드러커의 주장입니다.

저는 대부분 기업에서 개발이 보조 업무의 일종이며, 따라서 외부 업체에 맡기는 것이 더 경제적임을 이미 많은 기업들이 깨닫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모든 기업과 모든 개발자, 모든 개발팀을 일반화할 수는 없습니다. 이 글에서는 다빈치 고객들과 다빈치 팀의 경험에 빗대어 판단한 추세를 적어보겠습니다. 곧 피터 드러커가 제시한 현상이 개발 분야에서도 나타나고 있음을 이해하실 거예요.

직장에서의 게임이론

사내 개발자는 열심히, 빠르게 일할 유인이 없습니다. 이는 피터 드러커가 얘기한 보조 업무 직원의 모습과 놀랍도록 똑같습니다.

그 개발자가 게을러서만은 아닙니다. 열정적이고 야망 있는 개발자도 회사에서는 한없이 느려질 수 있습니다. 어쩌면 회사에서 충전하고, 퇴근 후 또는 주말에 밤을 새워가며 사이드 프로젝트를 개발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런데 이런 일이 왜 생기는 걸까요?

개발자 입장에서 회사의 성장 또는 자신이 만드는 제품의 성공이 자기 자신과 연결돼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특히 경제적으로 말이죠.

근무 기간에 따라 스톡옵션을 부여한다고는 하나 많은 기업에서 주식은 종잇조각에 지나지 않고, 상여가 개인별 성과에 맞게 주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그 성과를 측정하는 것 자체도 쉽지 않죠.

이는 개발 업무가 그 자체로 수익을 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버그 없는 훌륭한 코드를 10만 줄이나 짜고, 테스트 커버리지를 95%까지 끌어올렸다고 해서 그것이 회사의 수익을 얼마나 끌어올렸는지 증명할 방법은 없습니다.

어떤 개발은 수익 창출에 즉각 기여하고, 측정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무척 드물고, 대부분 기업에서 개발자가 하는 일은 수익에 연동되지 않습니다.

개발자의 일은 대체로 새로운 IT 제품의 탄생과 성장에 직결될 뿐이죠.

“제품의 탄생과 성장에 직결된다니, 그거 좋은 일 아닌가요?”

이렇게 생각하셨다면 큰 오산입니다. 불필요한 제품의 탄생과 성장은 그야말로 돈 먹는 하마입니다. 한 번 제품이 만들어지고 나면, 회사에서 단호하게 셧다운 하기 전까지 그 제품이 존속합니다. 그리고 사업적으로 유의미한 성과가 있든 없든, 제품을 더 튼튼하고 아름답게 만드는 건 개발자들이 가장 사랑하는 일입니다. 그것이 자신의 성장에 유익하기 때문이죠. 새로운 프레임워크, 새로운 테스트 기법, 새로운 설계, 새로운 지식…

때로 ‘없어야 할’ 제품을 갈고 닦는 데 많은 개발자들이 땀과 눈물을 쏟곤 하는데요.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 그나마 널브러져 있는 모습보단 낫지 않냐는 생각에 경영진이 한 달, 두 달 제품 파기 결정을 미루다 보면 수천만 원~수억 원의 인건비가 버려집니다.

정리하자면 개발자는 웬만해선 열심히 일할 유인이 없습니다. 그나마 열심히 일할 때는 자기 자신이 성장할 기회를 포착했을 때입니다. 어느 쪽이든, 회사의 수익이 성장하는 것과는 크게 관련 없는 일이죠.

야생에서의 게임이론

이제 외부 업체 입장이 돼 보겠습니다. 사실, 위에 적은 내용을 전부 반대로 생각하면 됩니다. 다빈치를 예로 들어볼까요?

다빈치에서는 주4일은 커녕 주말도, 공휴일도 없이 일합니다. 프로젝트가 끝나고, 다음 프로젝트 시작 전까지 휴식 기간이 있기는 하지요. 그러나 프로젝트 기간 중에는 거의 쉬지 않습니다.

회사가 시켜서? 상사가 시켜서? 전혀 아닙니다. 피터 드러커가 지적했듯, 외부 업체는 주어진 환경이 더 치열한 것일 뿐입니다.

다빈치 입장에서는 일을 천천히 할 유인이 전혀 없습니다. 받는 돈이 똑같은데 일을 천천히 하면 손해입니다. 빨리 끝내고 새로운 프로젝트에 들어가는 게 돈을 가장 많이 버는 방법입니다. 그렇다고 기존 프로젝트를 어설프게 마무리했다간, 유지보수 요청이 밀려들어 이도저도 아니게 됩니다.

그러니 다빈치 팀은 ‘높은 품질로, 확실하게, 최단 기간에 프로젝트를 마무리한다’가 목표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혹시 일부러 기간을 길게 잡고, 일을 느리게 하면서 돈을 더 많이 받을 수도 있지 않나요?”

이렇게 물어보실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그런 업체도 없지 않을 겁니다. 그러나 제 생각에 그런 방식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얕은 수입니다.

일을 적게, 느리게 하면서 프로젝트를 질질 끄는 외주사는 고객의 재고용을 기대하기도 어려울 뿐더러, 실력 있는 고객을 만날 가능성이 없습니다. 사람 보는 눈을 갖춘 고객이라면 그 외주사를 쓰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죠. 반면 사람 보는 눈이 없는 고객이라면 재고용을 기대하기 어려울 겁니다.

즉 고객의 사업이 크게 성장하고, 그 과정에서 지속적인 일감이 발생하는 게 장기적으로 유익함에도 불구하고 일부러 프로젝트를 길게 늘리는 건 조삼모사라는 겁니다.

게다가 좋은 프로젝트는 실력 있는 고객에게서 많이 나옵니다. 가령 이미 내부에 개발팀이 있는 큰 조직들 중에서도 일시적인 리소스 부족 등의 이유로 다빈치를 고용하는 경우가 더러 있는데요. 이 고객들과 호흡을 제대로 맞추고 실력을 입증하고 나면, 재고용 확률이 무척 커집니다.

좋은 외주사와 나쁜 외주사를 구분하는 한 가지 방법은 개발자 보상을 확인하는 것입니다. 이는 피터 드러커의 논지와 일맥상통하는데요. 결국 그는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는 ‘열심히 일하는 만큼 돈을 많이 받는 환경’에서 치열해질 수밖에 없고, 그것이 품질 향상/비용 절감으로 이어진다고 주장했습니다.

김앤장, 맥킨지, 골드만 삭스. 우리가 전문가라고 일컫는 자문사들은 공통점을 보입니다. 최고의 인재에게 최고의 대우를 해준다는 것이죠.

피터 드러커의 주장이 성립하려면, ‘야생에서 경쟁하는 외부 업체들이, 내부에서 독점하는 보조 업무 부서보다 훨씬 일을 잘할 것이다’라는 전제가 성립해야 합니다. 내부 부서와 다를 것 없는 외부 업체는 고용하지 않느니만 못합니다.

좋은 외주사는 최고의 인재들에게 최고의 보상을 제공합니다. 고용하려는 개발자들의 배경을 꼭 확인하세요. S급 인재는 변변찮은 보상에 젊음을 희생하고 있을 리가 없습니다. 한편 도전적인 개발 업무가 끊임없이 주어지고, 그에 따른 보상도 분명한 조직에는 S급 인재들이 모일 수밖에 없습니다.(피터 드러커가 얘기했듯이 말이죠.)

채용 vs 외주 제대로 계산해보기

그러나 Sell the Mailroom이라는 피터 드러커의 제안은 비현실적입니다. 최소한 국내에서는 말이죠. 이미 구축한 팀을 해체하고 외부 업체로 대체하기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처음부터 채용 비용과 외주 비용을 잘 비교하고, 불필요한 채용을 최소화하는 게 낫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믿을 만한 외부 업체를 찾는 데 어려움이 있거나, 거대한 개발 과제를 앞두고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다빈치에 문의해주세요. 자세하고 솔직한 의견으로 명쾌한 답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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